"사랑은 질문이다" (쿤데라)
쿤데라의 소설은 노골적 은유이며 그래서 시이다. 그는 시적 정의에 능한 작가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사랑의 시작에 있어 발생하는 '은유'를 두고 '위험한 놀이', '시적 기억'이라고 했다. 나는 이보다 더 나은 정의를 알지 못한다. "웃음과 망각의 책"은 모두 7부로 구성된, 7편의 중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쿤데라는 이러한 구성을 '변주의 방식'이라고 했다. 7부 중 마지막에 놓인 [천사들]은 우화의 속성이 많은 작품이다. 서사 배경은 망각의 대통령 후사크가 체코 사회에서 기억을 말소하는 사황이고, 서술자인 나는 언어를 잃어버리는 과정의 아버지(음악가)를 떠나보냈다. 주인공인 타미나는 죽은 남편을 망각하고 있다는 회한에 허공을 응시하는 인물이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여기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이란 끊임없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사랑에 대한 이보다 더 나은 정의를 알지 못한다." (5장)
"나는 타미나가 자신에게 쏟은 질책을 이해한다. 나도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랬다. 그에게 너무도 질문을 적게 던지고,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고, 그가 떠나도록 허용한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가 「op.111」 소나타 악보를 펼쳐 두고 내게 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깨달은 것도 바로 회한 때문이었다."
소설에서 '나'의 회한은 이 글을 쓰는 나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기 1년 전 문득, 나의 유년시절ㅡ이 일부터 아버지에게 많은 걸 물어봐야지, 했는데 끝내 그러지를 못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계속 궁금해하고 걱정하며 더 많은 걸 알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질문은 관심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사랑도 그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