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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詩心)과 문정(文情)

검하객 2023. 11. 22. 10:29

 읽으며 쓰고 쓴 뒤엔 혼자 읽는다.

 재밌게 읽고 맛없게 쓴다.

 함께 쓰고 혼자 읽는다. 

 자꾸만 매만진다. 

 문득 문득 눈길을 주고, 여기저기를 펼쳐본다.

 아니다, 책이 나를 매만지고

 위로하는 것이다. 

 가끔 웃는다, 추억에 잠긴다.

 감동에 젖기도 한다. 

 아니다, 책속의 글들이 웃고 우는 것이다. 

 난  독자 없는 책의 저자이다.

 난 이 책의 유일한 독자이다. 

 저자고 독자이고

 독자가 저자라는 사실이

 난 전혀 슬프지 않다. 

 독자 '나'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노트북 위로 눈물 방울이 떨어진다.

 노트북이 배처럼 떠다닌다. 

 난 물속에서 이 글을 쓴다. 

 화면이 일렁거린다,

 글자들이 송사리 떼 같다.

 난 오늘도 이상한 글을 한 편 쓴다.

 이 글 또한 나 혼자 읽고 잊을 것이다. 

 물속이어서 우는 걸 들키지 않는다.

 울어도 웃는 걸로 보인다.

 혼자서도 말을 가지고 논다.  

 말은 공보다 재밌는 놀잇감이다. 

 지금 막 배운 말을 써본다.

 嘿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