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윤리와 예술, 정의와 미감의 충돌

검하객 2023. 12. 12. 08:04

그는 나를 불편하게 한다.

나를 곤란하게 하는 악의 꽃이다

그의 시는 지옥으로 이끄는

농염한 관능의 유혹이다

그 짙은 화장에 끌려 나는 종종

지옥문을 스스로 연다

옷을 벗는다 

미명의 새벽길, 차안

김두수의 '귀촉도' 노래 소리

비로소 태어나는 

아버지부터, 아 이 낯선 어감이여

홀로 먼 길을 떠난 사람들

흰 옷을 여미고

피리를 불며 불며

가는 사람들

목이 젖어 우는 새

이제야 파촉과 서역이 보이고

은하수 물이 흐르는데

물이 하도 맑아서 

허리를 숙여보는데

그 사이 문이 닫혔다

바보, 바보, 어뗳게 나가나

나는 또 지옥에 갇히고 말았다

바보의 슬픈 운명

 

세 번을 더 들으니 시가 외워졌다. 시는 노래다. 역시나 7, 5조 정격에 변격을 섞었다. 1948년 간행된 시집 "귀촉도"에 실렸다. 원전의 표기 형태는  모르겠다. 행 구분도 모르겠다. 집에 있던 시전집도 언젠가부터 안 보인다.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의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길은

다시 오지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줄까 슬픈 사연의

올올이 맺힌 사연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등불 

지친 밤 하늘

구비구비 은하 물 목이 젖은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