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계화 (월계화)

검하객 2024. 5. 23. 08:38

 

  여러 해 전 김시습의 경주 시절 시, [동천사에서 사계화를 보다, 東川寺看四季花]를 번역하다가 '사계화'의 정체를 알 수 없어 곤란했던 적이 있다. 

 

  따스한 볕과 바람 봄날은 늘어지니     日暖風和春晝長

  천 개 잎 만 개 받침 짙붉게 일렁이네  膩紅千萼透群芳

  남방이라 애를 써 기르지 않더라도     南方不借栽培力

  어미의 품속인 양 윤나고 눈부셔라     晴日煦嫗卽艶陽

 

 제목 아래 다음 다음 설명이 부기되어 있다. 사계화는 꽃 중에서 늘 봄기운을 띠는[長春] 것이다. 서울은 날이 추워 보온을 하며 길러도 얼어 죽는다. 남도는 기후가 따스하여 밖에 심어도 겨우내 시들지 않으며, 볕만 따스하면 망울이 앉고 꽃받침이 나와 동지가 지난 뒤에도 가지마다 무성하게 피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진다. 이 꽃이 본전 섬돌 앞에 있었는데 때는 정월이었다. 四季, 花之長春者也. 京都地寒, 雖藏於暖處, 猶且凍萎. 南國地暖, 栽於露地, 經冬不彫, 得暖日, 蓓蕾綴萼, 及冬至後, 枝枝盛開, 可喜也. 此花在寺佛階前, 看時正月也.

  

  당시 여러 기록을 근거로, 학교 인문대와 사회대 사이에 피어있던 장미 비슷한 꽃을 사계화로 추정했는데,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꽃을 지금 검색하면 月季花로 나오는데, 사계화는 월계화의 이칭이란다.  오늘 아침 다시 그 길을 밟는데 꽃잎들이 곱게 떨어져 있어, 사진에 담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