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네루다에게 버려진 여인, 조시 블리스

검하객 2013. 4. 7. 20:00

조시 블리스는 달아난 네루다를 찾아 실론에 도착했다. 식민지 경찰은 그녀의 체류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네루다에게 자신을 전송해달라고 부탁했다. 배가 막 떠나려고 할 때 조시가 갑자기 돌아섰다.

 

 "그녀는 슬픔과 사랑에 복받쳐 나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고, 내 얼굴을 눈물로 뒤덮었다. 그녀는 의식을 치르듯 내 팔과 옷에 입을 맞추었고, 말릴 틈도 없이 갑자기 내 구두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녀가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 그녀의 얼굴은 내 백구두의 초크가루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가지 말라고, 그녀를 영영 데려갈 배에서 함께 내리자고 청할 수 없었다. 이성이 그서을 가로막았지만, 내 가슴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 억제되지 않은 슬픔, 초크가루로 뒤범ㅂ먹된 얼굴 위로 흘러내리던 그 격렬한 눈물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125쪽)

 

 조시 블리스의 우는 얼굴에는 오달제와 헤어지던 愛花, 대동강 남포에서 님을 보내고 천근 돌에 맞아 가슴에 멍이 들었던 평양 기녀들, 그리고 갈 테면 내가 뿌려준 진달래꽃을 즈려 밟고 가라며 차갑게 말하던 그녀의 얼굴이 겹쳐진다. 아 버려진 여인들이여! 떠난 사내는 자신에게서도 버려진 것이리라. 버릴 수밖에 없는, 떠날 수밖에 없는,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은 세상에 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