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단등곡(秋風斷藤曲)
안중근의 이등박문 저격 소식을 들은 양계초는 긴 노래 추풍단등곡을 지었다. 여기서 藤은 물론 이등박문을 지칭한다. 이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塵路思承晏子鞭
芳隣擬穴要離冢
앞 구는 풍진 세상에서 안자의 마부가 되고 싶다는 뜻으로, 사마천의 말을 가져온 것이다. 여기서 안자는 안중근이다. 뒷구가 선뜻 이해되지 않아 찾아보니, 要離는 인명이었다. 인터넷 자료 중에는 離가 篱로, 冢이 家로 잘못 놓인 것이 있다. 고전번역원의 국역본에 이런 주석이 달려있다.
"요리는 춘추 시대 오(吳)나라의 의기가 드높은 자객이다. 후한 때의 고사(高士)인 양홍(梁鴻)이 자신을 알아주는 오나라의 고백통(皐伯通)의 집으로 가서 세 들어 살면서 저술을 하다가, 어느 날 병이 나고 지치자 “연릉(延陵) 계자(季子)는 자식을 영박(嬴博)의 사이에 장사 지내고, 고향 마을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 부디 그대는 내가 죽은 뒤 내 자식이 나를 운구하여 돌아가지 않도록 해 달라.” 하였는데, 그가 죽은 뒤에 고백통이 그 부탁을 들어 주기 위해 무덤 자리를 알아보다가, “요리는 열사이고 양홍은 청고하니, 가까이 있게 할 만하다.” 하고는 요리의 무덤 곁에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後漢書 卷83 逸民列傳 梁鴻》)
뒷 구는 "요리의 무덤 옆에 묻혀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요리는 또한 안중근을 가리킨다. 어제 밀산서 돌아와 잠깐 안중근기념관에 들렀다. 기념관의 전시에는 穴 자 자리에 接 자가 놓였다. 의미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