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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2, 작년에 이어

검하객 2024. 11. 28. 10:10

 
 
너 2
 
간밤 꿈에서
당신을 떠올리며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여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시를 읊조렸더니
세상에나
눈이 왔어요
눈 덮여 발이 묶이니
당신에게 가지 못하고
오늘은 편지를 써요
종이를 펼쳐 놓았죠
눈 감자, 이윽고
하얀 편지지는
당신 눈의 호수가 되고
날 위해 불러주는
달콤한 노래의 악보가 되고
우리가 함께 걷는
억새밭이 되었어요
글자는 하나도 쓰지 못했죠
한 통 무자서(無字書)를 품에 안고서
빨간 자전거
노란 은행나무 길
우체국으로 달려갑니다
밖에는 밤에 이어 눈이 내리고
당신에게 닿을 수 없어
오늘도 난 당신과 함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