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결과 처단, 탄핵 정국의 국어 공부 1
언어는 조짐이고 방향이며, 실제를 불러오는 주술이다.
내면이며 품격이다.
언어에서 감지하는 이가 있고 사건 뒤에 허둥대는 사람이 있다.
현자와 우인의 차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담화문과 포고문이 발표되었다.
이 두 글은 위정자의 오판을 상징하는 교훈이자 명문(?)으로 남을 것이다.
剔(척)은 고기 살에서 뼈를 발라낸다는 뜻을,
抉(결)은 살에서 종기 등의 부위를 도려낸다는 뜻을 지닌 글자이다.
척결은 쓸모없는 것을, 또는 환부를 '가려 제거한다'는 말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제거에는 퇴출, 추방, 구금, 살해의 뜻이 담겨 있다.
한자에 낯선 세대는 물론, 한자를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알기 어려운 단어다.
하지만 맥락상 대개 그 말뜻을 짐작한다.
"일거에 척결하다", 한 번에 제거한다는 말이다.
절차와 과정 따윈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단어에는 집단 살해, 대량 학살(Genocide)의 씨앗이 들어있다.
처단의 한자는 處斷이다.
원래는 "처리하여 일을 마무리하다", 이런 정도의 의미였다.
후대로 오면서 "사형을 집행하다."라는 뜻이 부가되었고,
오늘날에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사용된다.
"처단한다"는 죽이겠다, 사형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말을 쓴 사람은 이 뜻을 알고 쓴 것일까?
알고 썼다면 증오와 적개심의 극단 표현이다.
이런 위협이다. "내 말 안 들으면 총살하겠어."
집에 불질러놓고, 경고였단다.
이전부터 '전쟁'의 의미가 포함된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왔다.
전쟁을 전쟁놀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이다.
정신병동으로 보내야 한다.
아래는 담화문과 포고문 일부이다.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