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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당월색(荷塘月色)

검하객 2025. 3. 4. 15:28

 
오랜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과 외식을 했다. 
마을에 새로 생긴 중식당에 갔는데, 가게 이름이 하당월색이다. 
대개 홍콩, 자금성, 북경 등이 들어가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이름만으로 주인이 국내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님이 짐작되었다. 
하당월색, '연꽃 못의 달빛'이란 뜻을 지닌, 주자청(朱自淸, 1898-1948)의 산문 제목이다. 
이 글은 1927년 7월 달밤, 북경 청화대학의 淸華園 산책의 서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아내가 아이를 재울 때 문을 나서 아내까지 잠들었을 때 돌아온다. 
그 사이는 산책이다.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오늘 같은 밤 혼자 이 푸르름한 달빛 아래 있자니, 어떤 것도 떠올릴 수 있고,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인의 느낌이다. 한낮에 해야 하는 일과 말은 지금 다 무시해도 된다. 이것이 홀로 있음의 묘처이니, 나는 이 끝없는 연꽃내음과 달빛을 맘껏 받으련다.  
  像今晚上, 一個人在這蒼茫的月下, 什麼都可以想, 什麼都可以不想, 便覺是個自由的人. 白天裏一定要做的事, 一定要說的話, 現在都可不理. 這是獨處的妙處, 我且受用這無邊的荷香月色好了.
 
돌아오는 길에 작은 다육 식물 화분 두 개를 샀다. 
소중히 품고 와 식탁 위에 올려두니 자못 운치가 있다. 
"이름을 뭐로 지을까?" 
"하당과 월색으로 하면 되겠네! 한자 말을 풀어 연못과 달빛이 더 낫겠지!"
아내를 향해 혼잣말로 물었다 혼잣말로 대답한다. 
하당, 월색도 나쁘지 않고, 연못 달빛도 좋다. 
연못에서 연은 淵이 아니라 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