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샤
[까라마조프 형제들]에서 까라마조프 다섯 부자를 제외하고 매우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는 일루샤이다. 그는 9살로. 퇴역 대위 스네기료프의 아들이다. 그의 집은 가난했다. 엄마는 아프고, 누이는 불구다. 그럼에도 아버지와의 사이는 매우 좋았다. 그는 아버지를 모욕하는 13살 콜랴의 허벅지를 칼로 찌른적도 있고, 아버지를 괴롭히는 미챠의 손에 키스하며 놓아달라고 사정한 적도 있다. 그런 일루샤가 병에 걸렸다. 아버지 스네기료프는 걱정에 잠겨 어쩔 줄 몰라 했으며, 절망에 쌓였다가도 때로 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광대 짓도 하곤 했다. 이 무렵 일루샤에게 돌을 던지던 스무르포 등은 모두 그와 친구가 되어 병문안을 오곤 했다. 하지만 일루샤의 병은 깊어 의사는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말을 들은 일루샤는 콜랴와 아버지를 힘껏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불쌍해요! 아버지 울지 마세요. 제가 죽으면 우리 친구들 중에서 좋은 애를 하나 골라 일루샤라 부르고 저 대신 사랑해주세요. 제 무덤에 자주 찾아와 주세요. 우리가 늘 산책하러 가던 그 큰 바위 옆에 저를 묻어주세요. 그리고 콜랴와 함께 저녁때 무덤을 찾아주세요.”
따스하고 용감한 소년 일루샤는 죽는다. 일루샤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자기가 칼로 허벅지를 찔렀던 콜랴, 손가락을 깨물었던 알료샤, 자기에게 돌을 던졌던 스무르포 등과 모두 화해했다. 포스터의 The aspects of Novel을 읽다가 propercy 장에 이 소설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에, 예전에 정리해둔 걸 다시 읽었는데, 일루샤의 사연은 여전히 슬프고 감동적이다. 이런 죽음을 그려내는 것만 보아도 작가들은 매우 잔인하고 냉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