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도시의 밤을 되찾게 플로그를 뽑으세요 (퍼옴)

검하객 2013. 6. 5. 07:23

황대권, 경향신문 6월 5일

 

 컴퓨터와 TV, 24시간 편의점이 일상의 삶이 되면서 우리는 밤을 잊어버렸다. 눈앞 50㎝ 거리엔 항상 명멸하는 컴퓨터 모니터가 켜 있고, 조금 쉰다고 거실로 나오면 대형 평면 TV가 끊임없이 빛을 쏟아내고 있다. 길거리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다. 다닥다닥 붙은 광고판과 진열장엔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대낮보다 더 밝은 조명이 동공을 찌른다. 도대체 도시의 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이런 불빛이 싫어 시골 산중턱으로 귀농한 지 어언 10여년. 낮의 땡볕을 피해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하면 저녁 어스름에야 식사를 하게 된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만 해도 해질녘의 잔광이 남아 있어 일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며 밥을 먹다보면 어느덧 주위가 어두워진다. 낮부터 저녁 어두워질 때까지 자연빛의 변화 속에 일체가 되어 살다보니 글씨같이 작은 것을 식별하는 일이 아니라면 구태여 전등을 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설거지를 할 때가 되면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지므로 비로소 불을 켠다. 빛의 마술이겠지만 매일 보는 사람도 어스름한 기운 속에 마주하고 있으면 뭔가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한밤중에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뒷간으로 가는 길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각기 다른 불빛의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다. 뭐하러 나왔는지도 잊고 그 별들을 헤아리다 보면 내가 이 세상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가슴속이 아련해진다.
  도시에서 항상 밝은 불을 켜놓고 사는 것은 물론 필요에 의해서 그리된 것이겠지만 실은 내가 아니라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관습일지도 모른다. 한번 플러그를 뽑아놓고 생각해보자. 그 불빛 속에서 내가 과연 ‘나로서 온전히’ 살고 있는지를. 인간으로 진화해 온 250만년 동안 우리는 자연의 어둠과 자연의 불빛 속에서 자신을 실현해 왔다. 그러나 현대인은 잠깐 동안의 반짝거림에 넋이 나가 부나비처럼 허둥대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