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의 무미와 엠마의 동경(허영), 그리고 파멸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12)
작년(2012) 언제 무슨 계기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1년 지나니 내용도 가물가물하다. 수천 편의 시로 이루어진 소설 같다는 느낌, 재미없고 건조한 샤를르 보바리가 나와 비슷하다는 느낌, 엠마 보바리가 소설 때문에 몰락하는구나 하는 느낌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다. 엊그제 다움이가 커피를 쏟아 책이 더러워졌다. 아 그래, 보바리가 다시 나를 부르는구나 하는 느낌이 또 왔다. 그래서 어제 술에 떡이 되어 정신이 새로 포맷된 오늘, 비 내음 나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바람이 부는 2013년 7월 4일 새벽 다시 이 책을 펼쳐본다. 1857년에 출간되었는데, 이 해에 보들레르의 『악의 꽃』도 나왔다고 한다. 책의 첫머리는 세나르라는 변호사에게 바치는 헌사가 있다. 도덕 및 미풍 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피소되었을 때 이 변호사의 도움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소설은 본질적으로 불온하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샤를르와 엠마, 엠마의 두 정부, 오메 외에 마음을 끄는 인물이 있다면 엠마의 아버지 루오 영감이다.
1부 4장
샤를르 보바리와 엠마의 결혼식이 몇 장에 걸쳐 묘사된다. 이튿날 신혼 부부는 루오의 집을 떠난다.
“루오 영감이 자기 마차에 두 사람을 태우고 바송빌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그는 딸에게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고 마차에서 내려 되돌아갔다. 한 백 보쯤 걷다가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차가 저만큼 멀어져 가면서 먼지 속에서 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는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결혼하던 때의 일, 흘러간 지난 시절, 아내의 임신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역시 아내를 장인댁에서 자기 집으로 처음 데려오던 날은 어지간히도 즐거웠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어서 들판이 흰 눈에 뒤덮여 있었으므로 아내를 말잔등에 태우고서눈 속을 터벅거리며 왔었다. 그녀는 한쪽 팔로 그를 붙잡고 다른 팔에는 바구니를 걸쳐들고 있었다. 코 지방 특유의 머리 두건에 달린 긴 레이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면서 때로는 그녀의 입술 위로 닿곤 했고, 그가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가까이 어깨 위에 그녀의 발그레한 작은 얼굴이 보닛 모자의 금박 장식 아래에서 말없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린 손을 녹이기 위해서 그녀는 이따금씩 그의 가슴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 모두가 얼마나 아득한 옛일인가! 그때 낳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서른 살이 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길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빈집처럼 쓸쓸해지는 것을 느꼈다.” (50) ⇒ 쓸쓸함이 생동한다.
2부 8장
농사공진회에서의 참사관의 연설과 두 사람의 대화가 반복된다. 연설은 국가의 영광과 문명의 발달에 관한 의례적인 것이고, 대화는 남녀의 은밀한 교감으로 빠져가는 것이다. “가장 순수한 정열과 가장 격렬한 쾌락이 번갈아가며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온갖 종류의 변덕과 광기 속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 샤를르는 의심의 여지없이 순정공이다. 레옹은 노인에 가깝다. 로돌프는 해룡이다. 질서 의무 준법을 읽어대는 참사관 / 그로부터의 탈주를 꿈꾸는 남녀. 질서 파괴의 속성을 지닌 로돌프. 엠마의 남녀관계에는 <수로부인>이 있다.
마지막 장면은 사람을 망연자실하게 한다. 삶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구나 하는.
엠마의 파멸과 자살, 루오 영감의 슬픔. “로돌프는 기분 전환을 위해서 온종일 숲속을 헤매다닌 뒤 자기 집에서 편안히 자고 있었다. 저 멀리 레옹도 역시 자고 있었다.” 엠마 파멸의 주역들은 모두 태평하고 편안하다.
엠마 사후에 벌어지는 일들, 샤를르는 여전히 아내를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지만 결과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것들, 모든 아이러니의 희생자는 샤를르이다. 실상을 알게 된 샤를르. 잔인한 진실 앞에서 샤를르는 절망하고 체념하고 포기한다. 또한 자살한다. 그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딸 베르트이다. 모든 재산을 정리하니 12프랑 75상팀이 남아, 어린 보바리 양이 할머니에게 가는 여비로 쓰였다. 할머니도 그 해에 죽었다. 루오 영감은 중풍에 걸려, 어떤 친척 아주머니가 그 아이를 맡았다. 그녀는 가난해서 생활비를 벌도록 베르트를 방직공장에 보내서 일을 시키고 있다.
이후 세 사람의 의사가 용빌에 왔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메의 볶아댐 때문이었다. 당국은 그를 우대하고 여론도 옹호했다. 그는 이제 막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