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바다와 나비 (여성, 1934)

검하객 2013. 12. 3. 14:03

  

  아무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젖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나는 지금도 바다와 청무우밭을 분간하지 못한다.

  청무우 빛이 반짝이면 아무 생각 없이 내려 앉는다.

  물결이 쳐 날개를 적신다. 이크, 화들짝 놀란다.

  무우밭이 아니었군, 여긴 어딜까?

  다시 날아오르기가 숨차다.

  나는 아직도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젖어 공주처럼 지친 나비다.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김기림의 상상이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