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시와 정거장

검하객 2013. 12. 15. 12:56

  사람들을 태운 차는 정거장에서 쉬어간다. 내려주기도 하고 새로 태우기도 한다. 떠나기도 하고 닿기도 한다. 시는 정거장이다. 잠시 쉬는 곳이다. 잠시 멈추는 곳이다.

 잠시 눈을 감는 곳이다. 이런 점에서 지하철역 철로 차단벽 위에 시를 적어놓은 것은 잘한 짓이다. 어제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 을지로3가역 내 앞에는 시 두 수가 적혀 있었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과 <더딘 사랑>(이정록)이다. 두 시를 찾아 적어 앞 뒤 무한한 세월 속에서 내 삶의 한 순간을 잡아둔다.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사랑의 물리학>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떨어졌다

  쿵 소리을 내며. 쿵쿵 소리을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였다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가끔 시에 들러 인생을 쉬자. 그런데 '사랑의 물리학'으로 검색을 하니 재미있는 글들이 있다.

 어디서든 두어 번 들어보았을 법한 사연이다. 참고로 소개해둔다.

 

 영국의 한 광고회사에서 큰상을 내걸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서 런던까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올 수 있는 방법을 묻는 퀴즈를 내었습니다. 워낙 상품이 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응모하였습니다. 상을 탄 사람의 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오마하라는 도시에는 '보이스타운'이라는 유명한 고아원이 있습니다. 그 입구에는 커다란 동상이 있는데, 한 소년이 조금 작은 다른 소년을 업고 있는 모습의 동상입니다. 꽤 오래 전의 일화입니다. 한 소년이 자기 동생을 업고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신부님이 소년을 보고 "얘야, 무겁지 않니? 내려놓으려무나" 라고 하자, 그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무겁지 않아요. 얘는 내 동생이니까요." 물리적으로 계산한다면, 동생이라고 해서 무게가 달라질 리 없고 무겁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소년으로 하여금 동생이 무겁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입니다. 이 말에 크게 감동을 받은 신부가 이 말을 '보이스 타운'의 정신으로 삼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