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숙명, 고독
포르릉포릉 나는 꾀꾀리 翩翩黃鳥
암수 짝지어 노니는구나 雌雄相依
혼자 남은 나의 신세여 念我之獨
뉘와 더불어 돌아가려나 誰其與歸
황조가(黃鳥歌)」(『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유리왕」/『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천제의 아들이요 하백(河伯)의 외손인 주몽은 신격(神格)이다. 주몽과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유리는 반인반신(半人半神)이다. 불우하게 어린 시절을 보낸 유리는, 아버지가 떠나면서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 아버지도 만나고 왕위도 잇는다. 하지만 이런 유리도 두 아내의 다툼을 말리지 못했고, 치희가 떠나간 자리에서 암수 어울리는 꾀꼬리를 보며 회한에 젖는다. 이 노래의 시발점은 이별이지만, 무게 중심은 3구에 드러나는 고독감에 놓여있다. 신의 아들이자 일국의 제왕인 유리도 한 여인이 떠나고 남긴 자리의 공허감을 이기지 못해 한탄조의 노래를 불렀다. 그의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태어날 때도, 어머니 곁을 떠날 때도 주저함이 없었으며, 떠난 뒤에도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뜻을 구현하는 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피를 받고 태어난 유리에게는 고독감이 밀려왔으며, 그는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해 노래를 불렀다. 고독은 사람의 숙명이고, 따라서 문학은 사람의 혈연이라는 사실을 「황조가」는 보여준다.
유리왕, 유리왕으로 가탁된 남겨진 이의 고독감은 오늘날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의 선율을 타고 흐른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