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알프레드 히치콕의 어린시절

검하객 2014. 7. 19. 10:32

 아주 가끔 먼 옛날에 마련해놓고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다가 어느 날 문득 집어들어 펼치는 책이 있다. 마치 포도주가 숙성되기를 기다렸다가 떠 마시듯, 이제야 만기가 되어 적금을 찾는 듯. 어제 밤 홀린 듯 책 한 권을 꺼냈는데 "알프레도 히치콕"(베른하르트 / 홍준기 옮김, 한길사, 1997)이었다. 사놓은 지 15년은 되었을 것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50여 쪽을 읽었다. 이름이야 들어봤지만, 영화사를 공부한 것도 아니고, 그의 영화를 본 적도 없다. 그런 건 상관없다. 히치콕은 1899년 웨스트햄 지역의 스트랫퍼드에서 사업가 부부의 셋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의 성장기는 내면에서 공포가 자라는 시기였다. 어려서는 아버지에 의해 경찰서의 유치장에 갇히는 체험을 했고, 부모가 외출한 사이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울면서 차가운 고기를 먹었다. 공포와 식탐, 그는 뚱보였다. 예수회 교회를 다니며 악과 접촉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시달렸다. 예수회 학교에 다녔는데, 뒷날 이 학창 시절을 회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신부, '종교의 경찰관'이 주는 처벌 방법이라고 했다. 이렇게 회고했다. "예수회 신도들은 항상 나를 죽도록 놀라게 했고, 이에 대한 복수로 나는 다른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입니다." 그를 매혹시킨 것은 범죄였고, 얘드가 알란 포우의 소설에 매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