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예천 나들이

검하객 2014. 7. 28. 12:05

 어제 아이들만 먼저 외가에 보내놓고, 오늘 느즈막히 예천을 갔다가 밤늦게 돌아왔다.

 

 잠깐 소백산 鳴鳳寺를 다녀왔다. 예천과 단양 사이 소백산의 예천 쪽(상리면)에 있는 아름다운 절집이다. 정말로 아름다운, 나중에 다시 좋은 사람을 데려가 구경시키고 싶은 곳이다. 소백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길도, 절집 배치와 주위 꾸밈도 정갈하고 싱그럽다. 그리고 가는 길에는 사과밭과 오미자 밭이 많다. 사과가 익어갈 무렵,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즈음이면 만다라가 따로 없을 것. 조만간 장모님 모시고 한번 더, 그리고 또 인연 고운 누군가와 한번 더 가보리라. 명봉사 꽃밭도, 8살 삽살개 남순이, 미륵보살같은 15살 ***.     

 

 남본동 처가 앞 골목길에 의자를 놓고 앉았다.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이렇게 앉은 적이 있다. 골목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많이 떠나 아니 보인다. 먹구름이 몰려가고 바람이 불어온다. 시원하다. 장모님의 한 시절이 농익고 있다. 서글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다. 그 사이 나의 세월도 꽤나 여물었다.

 

 돌아오는 차 안, 오늘따라 아무도 자지 않았다. 중간 무렵부터, 돌아가며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대게 했다.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대략 1시간 동안 우리는 계속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물, 장면, 소리, 순간, 표정 등을 떠올리고 얘기하며 마음속이 따스함으로, 긍정적인 활력으로 충전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