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의, 賢民이 필요한 시대
지난해 각종 증세 문제로 설왕설래하더니, 해 바뀌어 연말정산이 닥치자 그야말로 논의가 들끓는다. 좋다! 나는 세금 많이 내고 싶다. 아주 가난할 때부터 난 세금 많이 내고 싶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내가 세금을 더 내고 널 내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권한에 대한 정의가 많겠지만, 한마디로 간추리라면 '조세권'이다. 호적을 정리하고, 호적에 올라있는 구성원들에게 세금을 거두는 권한 말이다. 그 세금으로 경찰과 군대를 운영하고, 관리를 두고 국가를 경영한다. 구성원은 세금을 낸 댓가로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세금을 거두고 내는 행위 이면에 숨겨진 합의와 계약 내용이다. 세금을 냈는데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거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세금을 거둬간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는 공정한 조세를 통해 노력과 능력과 기여에 비해 소외되거나 가난한 백성들을 보호해야 하고, 지나친 빈부 격차로 사회 불평등이 극대화되어 폭력이 만연화되는 것을 조절해야 한다. 계급과 계층에 의한 폭력이 만연된 사회라면, 외적이나 산적에 의한 폭력의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지금 정부의 조세 정책이, 재산세는 줄이고 소득세를 강화하며, 법인세는 그대로 두고 개인세만 증대한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소수 기득권 계층을 보호하하고 대다수 서민들의 주머니를 터는 정책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매한 국민들이 저항하지 않으니, 선거를 통해 심판받지 않으니, 무서운 게 없기 때문이다. 허균은 백성들을 恒民, 怨民, 豪民으로 나누었다. 이중 오늘날 필요한 국민은 없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국민은 賢民이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비판하고, 과감하게 심판하는 현명한 국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