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리에 콩브레(illiers-combray)

검하객 2015. 2. 6. 16:55

  마르셸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부 '스완네 집 쪽으로'의 주요 무대이다. 파리에서 서남쪽을 100km 정도 떨어진 곳, 사르트르역을 지나 르망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교외의 농촌이라고 한다. 원래 지명은 일리에였는데, 소설의 콩브레가 유명해지면서 '일리에-콩브레'로 지명을 바꿨다고 한다. 요즘 자꾸 왜 가본 적도 없고 가보고 싶지도 않은 프랑스 곳곳을 전전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건 프랑스혁명 때문이 아닐까? 보통 사람들이 현재에 충실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 프루스트는 현재를 지워버리면서 과거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했다. 프루스트는 1909년 이 책을 쓰기 시작해 1913년에 자비로 출판했고, 이후 10년에 가까운 개고 작업을 거쳐 1922년 죽기 며칠 전에야 완성되었다. 그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세상 아무도 찾지 않는 과거의 시간을 찾는 여행을 했던 것이다. 폐렴에 걸리기 며칠 전 원고의 마지막에는 'fin'(끝)이라 씌어 있었고, 동생의 품에서 '엄마'를 부르며 죽었다고 한다. 요즘은 이 이야기의 현장을 찾아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꽤 있고, 그들의 블로그에 꽤 많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어 막막한 갈증을 풀어준다.

 

  "하나의 우주가 있는 게 아니라 개인의 수효만큼 아주 다른 우주가 있다. 는 밀레가 그 에서 보여주는 들판을 직접 가 보고 싶고, 또 클로드 모네가 아침 안개 사이로 어슴푸레하게 그린 강굽이, 센 강가에 모네가 데려다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사실 그런 장소가 제재로 선택된 것은 그저 우연한 연고나 혈연 관계 때문이다. 연고자가 우연히 나날을 보내고 묵을 기회를 주어 밀레나 클로드 모네가 다른 어디보다 이 길, 이 정원, 이 들판, 이 강굽이를 택하게 된 것이다.” (프루스트, <독서의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