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쇼팽과 박제가
검하객
2015. 3. 24. 22:59
쇼팽의 왈츠곡 16번 A major가 춤을 추는 할리스카페에서
박제가의 고독과 병리적 우정을 이야기했다
반쯤 마신 카푸치노 잔 안에 나무가 나타났다
커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문득 나의 정체가 간추려졌다
나는 서얼이다
투명한 영혼과 끈적한 피를 지닌
굴종의 대군 속 독존의 병사같은
나는 차마 남은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고
물끄러미 나무의 향기로운 발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