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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경의 낚시꾼 (절터 가는 길)

검하객 2015. 4. 29. 09:59

 

서산의 보원사 터를 가려면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절이 있었다면 근사한 도피안교가 놓여있겠지. 물은 독경을 예불을 마친 스님의 눈빛처럼 맑다. 그 속을 다니는 몇 마리 물고기는 내 안에 자재로운 불심이다. 다리 위를 지나는 유학생 둘의 뒷 모습이 청아하다. 당간지주, 탑 한 기, 부도탑 두 기, 그리고 주춧돌과 기와조각들. 사람들의 온갖 염원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탑을 돌아가면 두 기의 장승이 개심사 가는 뫼길을 안내해준다. 나는 풍경의 낚시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