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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의 몽유
검하객
2015. 4. 29. 21:52
학생들 답사에 얹혀 이틀 밤 사흘 낮을 몽유했다. 어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몸을 옮겼다. 마한 시절 치륙국, 서산 땅 집들의 않음새가 좋더라. 추사 고택 주변엔 사과꽃이 만개해 있었다. 기념관 앞 등받이 나무 의자에 앉았는데 한 30분이 다 가도록 차 한 대 지나가지 않았다. 뜸하게 찾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한다. "저게 사과꽃이야 배꽃이야?" 화암사 옆 숲에서 갑자기 몸집이 장대한 수리부엉이(?)가 날아 올랐다. 화암사 뒤 바위에 새긴 '詩境'은 육방옹 글씨란다. 아무려나. 부산 출신 비구니스님의 목소리가 시원시원하다. 보원사 터에서 割然大悟하고 삼존불 앞에서 見性成佛했다. 보원사 터에서 개심사까지는 숲길로 1.7km란다. 요 길을 쟁여두었다. 간월암 경내에는 오랜 팽나무가 서있다. 제주 와흘 본향당에 서있는 바로 그 나무다. 수덕사 대웅전의 자태는 몇 해 전 보았던 개심사의 그것과 방불하다. 백제풍이라고 해야 하나, 내포 양식이라 해야 하나, 어쨌거나 느낌은 그렇다. 개심사와 수덕사 대웅전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수덕사 아래 버들식당 아주머니의 얼굴이 후덕하다. 가슴엔 지금도 아까 그 수덕사의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물론 어제 그제 마신 술도 아직 혈관을 흐르고 있다. 여백과 여운, 그리고 묵언과 허정의 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