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상처의 둥지

검하객 2015. 5. 31. 10:22

  노트에 이런 구절이 적혀 있다. 언제 왜의 표지가 없다. 이 상처란 게 뭘까? 불과 두세 달 전의 일인데도 2,3만 년 전의 일처럼 까마득하다.   

 

  지난 가을 아침

  장맛비 속을 날던 잠자리는

  70년 전 눈 샇인 킬리만자로 중턱에서 얼어죽은

  표범의 환생

  나는 오늘 무엇을 위해

  무의미의 바다 속으로 침전하는가 

 

  상처 속이 둥지처럼 포근해졌다

 

  두 버젼으로 메모되어 있다.

 

  지난 가을 아침 장맛비 속 잠자리 날개짓의 파동이 태풍이 되고, 그제 먹은 굴비의 지느러미 유영이 내후년 해일이 되어 바닷가를 할퀼 것이다. 아주 미세한 표정에서 난 중상을 입고 말을 잊었다. 순간 이동하는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그는 천만 리 밖으로 멀어졌다. 상처 속이 둥지처럼 포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