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김시습의 출가와 이이의 입산

검하객 2015. 6. 4. 15:07

 

  덕수 李元秀와 평산 사임당 신씨 사이에서 1535년 강릉 북평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사임당 신씨는 강릉의 외가(용인 李思溫)에서 자랐으며, 셋째 아들 이이도 이곳에서 낳았다. 파주 율곡리에 살기도 했으나, 많은 세월을 강릉의 친정에서 보냈다. 38세 되던 1541년 서울로 올라와 수진방 시댁 살림을 주관하다가 48세인 1551년 죽었다. 사임당이 죽던 해 율곡은 16세였다. 율곡은 모친상을 마치고 19세이던 1554년 3월 홀연 금강산으로 들어갔다가 1년 뒤에 내려왔다.

 

  선조 원년인 1567년 5월 홍문관 교리를 제수받고, 사직 소를 올리며 이렇게 고백했다. "일찍이 자모(慈母)를 여의고는 망령되이 슬픔을 잊고자 석교(釋敎)를 탐독하다가 본심이 어두워져 드디어 깊은 산으로 달려가서 거의 1년이 되도록 선문(禪門)에 종사하였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하늘의 신령함을 힘입어 하루아침에 잘못을 깨닫고는 시무룩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죽도록 부끄럽고 분함을 느꼈습니다. 불교의 도에 중독된 자 중에 신과 같이 깊이 중독된 자는 없을 것입니다." 어조로 보아 그는 금강산에서 거의 승려에 가까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조는 "예부터 호걸의 선비는 불씨(佛氏)에게 빠지는 일을 면치 못하였다. 옛날 불교를 좋아했던 작은 실수로 논사(論思)의 중한 임무를 가벼이 체임할 수는 없다. 또 허물을 뉘우쳐 스스로 새 길을 택하는 그 뜻이 가상하다. 사직하지 말라.”고 하였다.

 

  율곡의 입산 사실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었다. 논란의 핵심은 違親變形, 즉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승려가 되었다는 것이다. 1694년 박세채는 이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와 자신의 입장을 <記栗谷先生入山時事>에 담았다. 입산에 대해서는 대개 세 가지 설이 유통되었다. 첫째, 아버지 허락을 받고 강릉으로 외할머니를 뵈러 가다가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승려를 만나 동행했다. 둘째, 서모의 패악이 심하고 큰형과의 불화도 끊이지 않아, 이를 주선하다가 하루는 편지를 써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며 집을 나갔다. (정인홍, <기암일록>) 셋째, 둘째와 같은 상황에서 외할머니를 뵈러 가기를 청하여 세 통의 편지를 써놓고 가다가 금강산으로 가는 승려를 만나 동행했다. (조면주, <기문>) 조면주의 기록은 앞의 두 가지 설을 모아놓은 것이다. 서모와의 갈등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김시습의 출가 원인과 같아 흥미롭다.

 

  현재 율곡전서에 남아있는 시문 중, <出東門>은 한양 도성의 동대문을 나갈 때의 심정을, <觀海>는 동해안 바닷가를 지날 때의 감회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에서 지은 시도 여러 편 있는데, <登毗盧峯>(습유 권 1)이 눈에 띈다. 지팡이 끌고 비로봉에 올라 서보니, 거센 바람 사방에서 불어오누나. 파란 하늘은 머리 위 모자요, 푸른 바다 손안의 술잔이로다. 曳杖陟崔嵬, 長風四面來. 靑天頭上帽, 碧海掌中杯." 스무 살 청년다운 기운이 문자 밖으로 뻗쳐 나온다. 이듬해 봄에 산을 내려온 율곡이 뛰어난 학문 능력을 보이며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에 나아가 활약한 것은 알려진 바이다. 이이는 1584년 49세의 나이로 죽으니, 그의 수명은 어머니를 닮았다.  

 

  김시습은 왜 승려가 되었을까? 이 문제에 골몰하다가 이이의 경우를 떠올렸다. 단지 세조의 왕위 찬탈에 분격하여 출가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김시습 자신이 여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설사 언급했다고 해도 자기 삶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니 액면 그대로 믿기도 어려운 일이다. 장래가 촉망되던 김시습은 갑자기 왜 승려가 되었을까? 김시습은 15세에, 이이는 16세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우선 어머니의 죽음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분명하다. 두 사람은 모두 어머니의 절대적 영향 아래 성장했다. 김시습은 <동봉육가>에서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는 특기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이는 유년 시절 외가에서 자랐다. 그는 정서는 용인 이씨에서 평산 신씨로 이어지는 외가의 전통 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밖에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