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아니 지니고 이정표 없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
긴 가뭄 끝에 서너 줄 비가 아쉬운 밤, 이규보와 일연의 사념을 더듬다가 부여로 잘못 길을 들었다. 하지만 그 길에는 이정표가 없고, 내 지도에는 그 이름이 아니 나온다. 어디로 가야 너에게 이를 수 있을까?
고리국(槁離國, 논형에는 橐離國으로 되어있음) 왕의 시비가 아이를 가지니 왕이 그녀를 죽이려 했다. 시비가 말했다. “계란 같은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온 까닭에 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뒤에 아들을 낳았기에 돼지우리에 버리니 돼지들이 주둥이로 핥아주었다. 마구간에 두자 말들이 다시 입김을 불어주었다. 하여 죽지 않았다. 왕이 하늘의 아들인가보다 하여 그 어미로 하여금 거두어 기르게 하니, 이름을 동명이라 하였다. 항상 말을 기르게 했다. 동명은 활을 잘 쏘았는데, 왕은 나라를 빼앗길까 두려워 그를 죽이려 했다. 동명이 달아나 남쪽으로 시엄수(施掩水, 『論衡』, 「吉驗篇」에는 掩流水로 되어 있다.)에 이르러 활로 물을 치자 물고기와 자리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었다. 동명이 건너자 물고기와 자라들은 흩어져 추격하는 병사들이 건널 수 없었다. 하여 도읍을 세우고 부여(夫餘)의 왕이 되었다.
槁離國王侍婢有娠, 王欲殺之. 婢曰:“有氣如雞子, 從天來下, 故我有娠. ”後生子, 捐之豬圈中, 豬以喙噓之;徙至馬櫪中馬複以氣噓之. 故得不死. 王疑以爲天子也, 乃令其母收畜之, 名曰東明. 常令牧馬. 東明善射, 王恐其奪己國也, 欲殺之. 東明走, 南至施掩水, 以弓擊水. 魚鱉浮爲橋, 東明得渡. 魚鱉解散, 追兵不得渡. 因都王夫餘. (『搜神記』) 掩流水
부여는 장성의 북쪽에 있으며 현토로부터 1000리 떨어져 있다. 남쪽으로는 고구려, 동쪽으로는 포루(抱婁), 서쪽으로는 선비와 인접했고, 북쪽에는 약수(弱水)가 있다. 사방 2천 리이다.
夫餘在長城之北, 去玄冤千里. 南與高句麗, 東與抱婁, 西與鮮卑接. 北有弱水, 方可二千里. (『三國志』, 「夫餘傳」)
성 북쪽에 청하가 있으니 城北有靑河
청하(靑河)는 지금의 압록강(鴨綠江)이다.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河伯三女美
맏은 유화(柳花)요 다음은 훤화(萱花)요 끝은 위화(葦花)이다.
야리 머리 물결을 헤치고 나와 擘出鴨頭波
웅심연 물가에 가서 놀았지 往遊熊心涘
청하에서 나와서 웅심연(熊心淵)가에서 놀았다.
……
남쪽으로 행하여 엄체수에 이르러 南行至淹滯
일명 개사수(蓋斯水)인데 지금의 압록강 동북쪽에 있다.
건너려 하여도 배가 없었다 欲渡無舟艤
* 이규보의 「동명왕편」. 청하가 압록강이라면 어떻게 거기서 남쪽으로 내려가 졸본부여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삼국지의 弱水는 靑河에 대응된다. 施掩水와 掩流水와 淹滯水와 蓋斯水는 같은 강이다. 부여의 수도는 송화강 남쪽에 있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