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생존경쟁과 대결의 상대성

검하객 2015. 6. 18. 10:59

   한 100m 떨어진 옆동으로 이사했더니, 종종 찾아오던 황조롱이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 그런데 창밖으로 예전에는 보이지 않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보니황조롱이와 까치가 각 두 마리씩 짝을 지어 태그매치를 벌이고 있다. 까치의 반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 판세는 아무래도 황조롱이가 공격적이다. 까치에 쫓기며 절절매는 매의 모습이 괜시리 실망스러웠는데, 몸집이 자기보다 두 배는 큰 까치를 사정없이 몰아치는 직박구리와 우아함과 속도감이 어울어진 비행으로 까치를 공격하는 황조롱이 때문에 위안을 받는다. 까치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은 나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그 집단적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개들도 생존의 수단으로 선택한 것인데도 말이다. 내가 살던 동의 옥상 위 황조롱이와 까치가 살고, 이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는 관점과 기준이 바뀌면 절로 드러나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