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幻타지
검하객
2015. 6. 30. 23:23
집을 옮기고 생긴 가장 큰 변화는 TV의 안착. 무려 43인치 TV이가 거실 한 가운데를 차지했다. 뒤이은 유선 가입. 시청 가능한 채널이 4개에서 줄잡아 30개 이상으로 늘었다. 거실에 누워 채널을 바꿔가며 TV를 시청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제 늦게 자고 어제 일찍 일어난 탓에 하루종일 몽롱했다. 집에 돌아와 무심코 채널을 돌리는데 익숙한 제목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재밌는 거야?" 아내와 딸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인다. 이게 웬 횡재! 아내는 아예 밥 한 그릇 비벼 내 앞에 대령한다. "재가 누구야?" "레미제라블의 팡틴인데 몰라?" "?" "앤 해서웨이." "오!" 눈부시다. 그녀의 표정과 몸짓이 말할 수 없이 싱그러웠다. 그건 바로 幻타지였다. "저 여잔 누구?"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인 미란다를 연기한 여자는 메릴 스트립이란다. "외려 저 여자가 주인공인 걸!"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앤드리아 삭스는 새콤했고,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미란다 프리슬리는 쌉쌀했다. 찾아보니 영화가 나온 해는 2006년이고, 원작은 2003년 출간된 로렌 와이즈버거의 동명 소설이다. 메릴 스트립이 1949년 생이니 당시 58세였고, 앤 해서웨이는 1982년 생이니 당시 25살이었다. 무엇보다 두 여배우 이름을 안 것이 큰 소득이다. 예쁘다! 세상에 신이 있다면, 이렇게 예쁜 幻像과 허구를 만들어내는 작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