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기둥
천하의 일에서 큰 근심은 남의 비웃음을 두려워하는 것뿐이다. 남의 비웃음을 두려워하면 좋은 일을 하는 날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배우는 사람이 남의 비웃음을 두려워하면 어떤 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天下事大患, 只是畏人非笑, 苟畏人非笑, 則更無爲善之日. 學者畏人非笑, 則不得爲學.
어떤 거지가 있었는데, 자기가 사는 마을 남의 집에 제사가 있는 날이면 빠뜨리지 않고 그 집에 가서 제사 지낸 음식을 얻어 먹으니, 이는 성심이 있는 까닭이다. 有一乞人, 所居洞內, 人家祭祀之日, 無或遺忘, 其日輒到其家, 求丐祭餘, 此有誠心故也.
사람이 늘 무리와 함께 어울려도 갈고 닦는 바가 없으면 무익하다. 모여 어울리지 않아도 각자 스스로 자기 일에 힘쓴다면 비록 만나지 못한들 무엇이 서운하겠는가! 人常同群會合, 無所切嗟, 則無益. 不然而各自勉業, 雖不相見, 亦何悵乎.
책을 덮은 뒤에 뜻과 이치가 삼삼하게 눈앞에 나타나면 활독서(活讀書)이고, 책을 펼쳐놓았을 때에는 알다가도 책을 덮은 뒤에 까마득해진다면 그것은 사독서(死讀書)이다. 掩卷後, 便見義理, 森在目前, 是活讀書, 若於啓卷時, 有知, 掩卷後茫然, 則是死讀書.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쯤(세월이 많이 흘렀다 ~) "三淵集"에 나오는 이 구절들에 기대어 공허함과 불안함을 견뎌냈다. 이 구절들은 삼연이 60대 이후에 메모해놓은 것인데, 어느덧 나도 삼연의 그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오늘 문득 이 구절들이 떠올랐다. 왜지? 남의 이목에 신경쓰느라 세월을 허비하지 말자. 誠心, 자기를 속이지 않는 마음이다. 자기에게 충실한 사람은 자신를 제일 두려워한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두려운 건 나뿐이다. 방학이다. 우리는 각자 떨어져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만나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는 건, 두어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활독서,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지식에 허영을 부리면 끝이다. 뜻과 이치가 눈앞에 그림으로 나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