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강(曲江)의 풍정
사마천의 <사마상여열전>을 옮기는데 인용된 賦의 글자들이 너무 어려워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자기가 쓴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며칠 전에 지은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왕왕 있다. 내 옛날 왜 그렇게 어려운 글자를 썼던고? 후회 막급이다. 어쨌거나 상여가 사냥에 빠진 황제를 감계하기 위해 지은 辭를 읽는데, 거기 曲江과 2세의 무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래, 曲江! 두보의 <곡강>이 있었지. 두보(701~762)는 安史의 난이 종식되지 않았던 758년(58세) 左拾遺의 벼슬에 있으면서 뒷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곡강> 2수를 지었다. 곡강은 서안의 동남부에 있는, 당나라 시절 황실 원림이 있던 곳이다. 경내에 曲江池, 大雁塔, 大唐芙蓉園, 寒窑, 秦나라 2세의 무덤 등이 있다고 한다. 시대는 쇠미하고 계절도 늦봄이다. 몸은 이미 늙었다. 두보는 이해 몹시도 지쳤고 절망적이었던 모양이다.
한송이 꽃이 져도 봄날은 줄어드는데, 바람이 일어나매 꽃잎 만 개가 공중에 흩날린다. 그걸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니 마음은 절로 무너져내려, 몸 상하는 줄도 모르고 술을 마신다. 강가 작은 집에는 비취새가 집을 지었다. 새 생명을 품으려 함이다. 하지만 황실 능원 구석 높은 무덤 앞의 기린석은 이미 쓰러진 지 오래이다. 허무, 이처럼 자기 삶도 스러져가고 있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인생에 뭐 대단한 가치가 없다. 그저 즐기면 그만인 것을, 이름 석 자에 얽매여 말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관직에는 뭐 소명의식이라곤 없다. 퇴근하면 남은 봄옷을 하나 하나 저당잡혀, 그 돈으로 술을 사 곡강 가에 가서 취해선 돌아간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외상으로 술을 마시니, 가는 곳 술집마다 빚이 있다. 하지만 70도 못 되는 인생인 걸, 무어 그런 것때문에 고민을 하랴! 이처럼 삶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시인의 눈에 두 점 풍경이 들어온다. 하나는 깊은 꽃밭 속을 날아다니는 나비의 유유함이고, 다른 하나는 수면에 점을 찍고 나는 나비의 경쾌함이다. 왜 내 삶은 저처럼 유유하고 경쾌하지 못한 것일까?
인생 만년의 우수가 짙게 풍겨나오는 시이다. 曲江! 내 이곳에 가보지 못했고, 또 앞으로 가서 보지 못하더라도, 사마상여의 문장과 두보의 시만으로 충분히 다정하고 익숙한 곳이다.
두보(701~762), 曲江 (758)
한 송이 꽃이 져도 봄빛 따라 줄거늘 一片花飛減卻春
만 점이 흩날리니 시름을 돋우누나 風飄萬點正愁人
하마 다 쇠하는 걸 눈으로 보노라니 且看欲盡花經眼
몸 상함 마다 않고 술 입에 들어가네 莫厭傷多酒入唇
강가의 작은 집에 비취새 둥지 틀고 江上小堂巢翡翠
능원의 무덤 앞엔 기린석 누웠도다 苑邊高塚臥麒麟
세상 이치 따져보면 즐김이 다인 것을 細推物理須行樂
무슨 영화 보자고 이 몸을 얽매는지 何用浮榮絆此身
날마다 조회 끝에 봄옷을 저당 잡혀 朝回日日典春衣
강가를 찾아가서 만취해 돌아간다 每日江頭盡醉歸
술빚은 예사이라 가는 곳마다 있고 酒債尋常行處有
70년 사는 인생 예로부터 드물어라 人生七十古來稀
꽃 사이 뚫는 나비 언뜻 살짝 보이는데 穿花蛺蝶深深見
수면 스친 잠자리는 가벼이도 나는구나 點水蜻蜓款款飛
이 늦봄 풍광이여 우리 함께 흘러가니 傳語風光共流轉
잠깐나마 즐기도록 저버리지 말지어다 暫時相賞莫相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