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노래, 한 이방인의 넋두리
햇볕이 눈부시다, 은행나무 잎이 곱게 물들고,골목마다 스타벅스 커피향이 물씬한, 유선형의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여기는 아름다운 세상. 의사는 평생 노고의 대가로 일그러진 척추뼈로 신음하는 어머니의 고통을 치료하는데, 환자 대기실 탁자 위에 의젓하게 앉은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생각과 의문으로 삐뚤어진 내 영혼을 단박에 잡아주었다. "단일 국사교과서로 바꾼다" 국민들 어깨 위에서 자유라는 짐을 덜어주고, 삶을 오염시키는 의심과 질문의 얼룩을 씻어주며, 새롭게 그려보고 지어내는 노고를 덜어주니, 성군의 손길이 따스한 세상. 밥이나 챙겨주면 고리 흔들며 기오 오르는 개는 얼마나 순박한가!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찬양하는 신도의 얼굴은 얼마나 고결한가! 비정규직 자리에 덜컥 몸을 싣고 불평 않는 청년은 또 얼마나 겸허한가!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모든 문제를 국가 탓으로 돌리게 하는 반국가 좌파 교과서의 문제, 기고와 연구와 토론이라는 번거로운 절차에 의존하지 않고 국정화 세 마디로 정리하는 해법은 또 얼마나 간결한가! 기사 사이 사이 김무성, 김을동, 이인제, 이정헌 등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1등 성좌의 이름인가! 해경이 문제면 해경을 없애고, 교과서가 문제면 국정화하고, 교육감이 맘에 안 들면 제도를 바꾸는 여기는 번뇌와 논란을 허용 않는, 가을 하늘이 눈부신 청정한 세상. 나는 은총을 저버리고 방황하는 부적응자, 신의 뜻을 곡해하는 불평분자, 눈부신 세상 한구석 어둠에 웅크리고 앉아 혼자만의 노내를 부르는 낯선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