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속
나씨족의 혼인풍속과 김시습
검하객
2015. 11. 5. 19:30
<나씨족의 꺼무 여신 숭배, 주혼 그리고 순정> 에서 순정이 등장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가운데, "어린아이는 그 어머니만 알 뿐 아버지를 모른다. 그 다음은 위대한 장인이니, 장인은 가정의 또 다른 대들보이다. 장인을 존경하는 것은 천신을 존경하는 것과 같으니, 조금도 무례함이 없다." 라고 하였다. (동아시아 여성신화, 342쪽) 이 대목에서 문득 김시습의 사연이 떠올랐다. 김시습은 15세인 1449년 어머니를 여의고, 잠깐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는데 외할머니도 얼마 뒤 돌아갔다. 김시습의 아버지는 곧 재혼했는데 그는 새 가정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뒷날 강릉태수 유자한에게 보낸 편지에서, "又得繼母, 時事怪薄."이라 했다. 김시습의 만년 시를 담은 <溟州日錄>에는 그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東峰六歌>가 실려있는데, 이중 제 3,4수는 각각 외조부와 어머니를 노래한 것이다.
外公外公愛我嬰, 喜我期月吾伊聲. 學立亭亭誨書計, 七字綴文辭甚麗. 英廟聞之召丹墀, 臣筆一揮龍蛟飛. 嗚呼三歌兮歌正遲, 志願不遂身世違.
有孃有孃孟氏孃, 哀哀鞠育三遷坊. 使我早學文宣王, 冀將經術回虞唐. 焉知儒名反相誤, 十年奔走關山路. 嗚呼四歌兮歌鬱悒, 慈烏返哺啼山谷.
하지만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없다. 이는 당시 남귀여가혼 풍속 속에서 김시습이 주로 외가의 영향을 받고 자랐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