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절망이 있듯 그 반대도 있지. 석상처럼 너무도 완고하다가 어느날 문득 재처럼 무너져버린 아버지처럼, 영원은 언제나 찰나에 잡혀 먹히네. 야차인 양 무섭던 야율씨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오줌을 지리며 달아났고, 태양으로 눈부시던 완안씨도 송화강 물속으로 숨어 들었네. 불멸의 왕조는 산해관 안에서 절로 무너져내렸고, 그날이 오자 그럴 줄 몰랐다며 이광수는 실색이 됐지. 잇단 불장난에 가슴이 조마터니 끝내 사드 배치 막장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지난주 선방에서 몸도 못 가는 두 노장은 피를 토하듯 위안부 논의 중단과 대테러방지법 통과를 열변했고, 어머니 집 TV 채널은 늘 종편에 머물고 있으니, 그때마다 나의 온도계는 빙점 저 아래 지점을 가리킨다. 희망은 없다, 남은 것은 그저 절망과 체념을 간직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