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설 명절 연휴, 70년 사랑받아온 국민 막장드라마가 새로 시작되었다. 제목은 사드, 아 얼마나 포스트모던하고 아방가드르틱한가! 새드도 아니고, 사탄도 아니니. 국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 해석 능력을 재삼 확인하며 자랑스럽게 TV 앞에 앉는다. 이윽고 그 속에 들어가서는, 주인공의 의로움에 불끈 주먹을 쥐고, 상대역의 악독함에 치를 떨면서 비분을 토해낸다. 간혹 그런 태도 깎아내리며 조용히 공명하는 수준 높은 시청자도 눈에 뜨인다. 옛날 서포 선생도 유비와 조조 예를 들며 감동을 일으키는 소설의 공능을 이야기했지. 하지만 사람들은 모르고 있네. 자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드라마에 동원된 시청자 역할의 단역 배우라는 걸. 배역은 정해지고 역할은 모두 주입되었지. 너와 나는 유전자 복제로 장기 제공 위해 만들어진, 아일랜드를 벗어날 재간이 없다. 아아 우리는 드라마를 보며 공명하고 조작되는 역할을 신들린 듯 연기하는 막장드라마의 단역들, 탈출은 불가능하다. 언제나 똑같지만 늘 기막히게 새로운, 다시 태어난 불후의 고전, 그 제목은 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