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온(1454~1492)은 소주를 들고 갈꽃 숲으로 들어간 사람이다.
소를 타고 性旭 스님과 함께 오리섬[鴨島]으로 돌아와 갈꽃으로 들어가다 牛偕僧性旭歸鴨島入蘆花
흑소를 내려 서서 갈꽃에 매어두고 靑牛初下繫蘆花
백주 통 새로 열어 모래톱에 앉았거니 白酒新開坐淺沙
오리는 곁에 와서 쫓아도 가지 않고 鵝鴨傍人驅不去
해풍에 물결 일고 옅은 안개 비끼었네 海風吹浪淡煙斜
풀에 앉아 돌아보매 두 눈이 시원하다 艸坐回瞻豁兩瞳
십 리 갈대꽃숲 설원이 펼쳐졌네 蘆花十里雪無窮
한 동이 술 비워지자 북풍이 산들 불고 一樽酒盡風微北
강둑엔 물결 일고 중천엔 달이 떴네 斷岸潮生月正中
鴨島는 압구정 앞에 있었던 섬으로, 조선후기에는 楮子島로 일컬어졌으며, 1970년대 강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없어졌다.
권유지(?), 홍유손, 우덕선과 함께 갈꽃숲으로 들어가다 偕裕之,餘慶,德甫入蘆花
이날 홍유손이 소를 타고 노래를 불렀다 是日餘慶騎牛而歌
실배에 배가 뜨자 그림에 소리 일고 細雨歸帆畫有聲
호수는 비단 같고 갈꽃은 눈부시다 平湖如練葦花明
산나물과 백주에 속기 다 사라지니 山蔬白酒塵機盡
갈매기 날아와도 놀라지 않는도다 鷗鳥飛來自不驚
겸재의 <압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