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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연 앞에서

검하객 2020. 7. 24. 10:49

  "조금 아까 커피 사간 분요, 매일 이 시간이면 오시는 거 같아요." "아내에게 간대요!" "예?" "저번 날 여기서 빵도 만드나요, 물어보드라구요. 그렇다고 했더니, 매일 빵 냄새 맡아서 좋겠네, 하는 거예요, 자기 아내가." "아, 그런 ---!" 공원묘지 아래 카페에, 언젠가부터 오전 10시 전후 커피를 사가는 남성이 있다. 나이는 40쯤 되었으려나, 커피를 한 잔 사서 묘지로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빵까지 한 봉지 들고 있다가 나가기에, 카페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던 것이다. 어떤 풍경에 마구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처럼, 어떤 사연을 듣고 이야기로 만들 생각을 하는 건 매우 천박하고 폭력적인 처사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무위와 작위 사이에서, 윤리와 욕망 중간에서 서성인다. 나아가지 못한 욕망이 머뭇거림의 흔적으로만 남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 남성이 창밖으로 멀어져간다. 아내와의 차담을 끝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