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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敵)은 건재하고 부부 사이만 해체되다, 敵(2)

검하객 2020. 9. 16. 12:21

(2) 1965. 8. 6

 

제일 피곤할 때 에 대한다

바위의 아량이다

날이 흐릴 때 정신의 집중이 생긴다

의 아량이다

 

그는 四肢關節에 힘이 빠져서

특히 무릎하고 大腿骨에 힘이 빠져서

사람들과

특히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련을 해체시킨다

 

는 쨍쨍한 날씨에 晴朗한 들에

歡樂의 개울가에 바늘 돋친 숲에

버려진 우산

망각의 想起

 

聖人으로 삼았다

이 한국에서도 눈이 뒤집힌 사람들은

틈에 끼여 사는 들을 본다

오 결별의 신호여

 

이조시대의 장안에 깔린 개왓장 수만큼

나는 많은 것을 버렸다

그리고 가장 괴로워할 때 가장 귀한

것을 버린다

흐린 날에는 연극은 없다

모든 게 쉰다

쉬지 않는 것은 처와 처들뿐이다

혹은 버림받은 애인뿐이다

버림받으려는 애인뿐이다

넝마뿐이다

 

제일 피곤할 때 적에 대한다

날이 흐릴 때면 너와 대한다

가장 가까운 적에 대한다

가장 사랑하는 적에 대한다

우연한 싸움에 이겨보려고

 

흉악하기 짝이 없는 그놈의 적 때문에 분노가 치밀고 심장이 문드러지는데, 그놈은 해면처럼 흐물거리며 사라지고, 그놈의 지배를 받는 선량한 가짜 적들만 천진한 표정으로 날 본다, 무슨 일이 있느냐는 듯. 화는 나는데 화를 낼 곳이 없어 안에 쌓이는 화를 달래면서 세상에 無用 無力한 시를 쓰고 있는데, (먹고 사는) 사소한 일 때문에 아내의 목소리와 표정과 행동에 불만이 감지된다. 거슬린다. 마침 터질 곳을 찾지 못하던 화가 폭발한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아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소리를 지른 뒤에는 잘못을 알면서도 화를 가누지 못해 더 성질을 부린다. 적 그놈은 가만 있고, 내 화는 풀리지 않고, 아내는 상처를 입고, 부부 사이만 안 좋아졌다. “특히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련을 해체시킨다.” 그놈이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는 분열의 책동, 알면서 넘어간 김수영과 성인들, 그리고 지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