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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눈 내리는 마을

검하객 2021. 1. 13. 13:04

세상엔 내일이 없고

나에겐 이유가 없어

사전의 위로 항목 자리에

거대한 블랙홀이 푸른 이빨을

드러내는 날이면

자꾸 창가를 서성거린다

이 들끓는 무의미를 덮어줄 

무언가를 기다리는

아니 간절히 부르는 것이다

이윽고 해가 가려지고

음습한 기운이 낮게 깔리면

비로소 한 번 숨을 내쉬고

한 점 두 점 만만 점 

작고 하얀 배들이 춤을 추며 침몰하고 

황홀한 춤사위에 이어 

난파선들이 바닥에 쌓이기 시작하면

나는 비로소 탈출을 시작한다

이런 날이면 

지옥은 자신이 지옥임을 의심하고

지옥의 백성도 지옥의 백성임을 

잊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