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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이야기 2 (접부채)

검하객 2021. 8. 6. 11:36

  접부채는 접선(摺扇), 첩선(疊扇)이라고 했다. 둥글부채가 늘 달 모양을 하고 있음에 반해, 접부채는 사용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의 모양이 다르다. 不面의 사제로 유명한 성호 이익(1681~1763)과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여기에 착안하여, 접부채로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은 글을 지었다.

 

  접으면 물러나 숨고, 펼치면 반드시 능력을 쓴다. 바람을 다스림에 저울이 있어, 한 번 고요하면 한 번 움직이네. 卷則退藏, 舒必待用. 司風有權, 一靜一動. (이익, 접선명(摺扇銘))

 

  가득 차 있는 것이 기()인지라, 움직이면 바람이 되네. 움직이는 재주 있으나 접어 간직하니, 고요하게 바람이 그 안에 있다네. 盈盈者氣, 動之則爲風. 有動之之才而卷而懷之, 寂然而風在其中. (접첩선명(摺疊扇銘))

 

  재주를 쓰고 숨김을 오직 관료가 되느냐 마느냐로 판단했던 시대가 아니고, 행장(行藏)과 진퇴(進退)라 할 만한 것도 없는 생애이니, 먼 얘기처럼 들린다. 또 재주는 숨길 이유가 없고, 능력은 가급 남김 없이 쓰라는 세상이니, 사람들은 일소에 부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쓸모없는 가운데 쓸모가 있다고 했고, 먼 데를 사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이 있다고 했으니, 한아름 바람처럼 갈무려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