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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고

검하객 2021. 8. 7. 12:09

  커피와 빵을 주문하는데, 카드를 받아 결제를 하다가 말씀하신다. "내 동생이 하늘나라로 갔어요, 어제 장례식을 치렀어요!" 몇 달 전에 죽은 언니 장례식를 치르고 출근했다 했고, 그 얼마 뒤에는 남동생이 아프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목소리는 지금 너무 힘들어요 하는데, 그 감정이 말로 다 옮겨지지 않는다. "아 그래요! 아프시다고 하더니, 연세가 높지도 않으실 텐데 ---" "일흔 둘이예요. --- 우리 아버지가 6.25때 돌아가셨거든요." 놀람을 담아 되물었다. "아 그래요, 그럼 아버지 없이 자라신 거예요!?" "정식으로 징집된 군인이 아니었고 ---, 내가 세 살 때, 개가 태어난 지 1주일밖에 안되었을 때예요. ---" "그렇군요 ---" 말문이 막혔다. 일면식도 없는 한 사람의 죽음, 그 추상의 죽음 뒤로 그 엄마가 받았을 충격, 갓난아이 머리 위에 드리워진 운명, 그들이 살아낸 세월이, 어떤 짐승의 서글픈 눈매처럼 무거운 걸음처럼 다가왔다. "이제 혼자만 남았어요 ---." 라며 말끝을 맺지 못한 그는, 순암 안정복의 후손이며 나의 중학교 선배이다. 숨겨져 있던 인연의 끈이 언뜻 밖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아, 역사라는 건 얼마나 추상적이고 모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