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신열(神熱), 소무(小巫)의 넋두리

검하객 2023. 5. 28. 13:26

겉을 그려 다듬지 않은 투박한 표정

에둘지 않고 곧장 지르는 직선의 언어 

그림이라면 목판화요

소리라면 어부의 가락 

보리밭 이랑은 바람에 물결치고

아사달과 아사녀는 초례청서 수줍게 맞절을 하고

대통령은 자전거 뒤에 막걸리 싣고 시인을 찾아가며

둥구나무는 한 솥 밥 수액을 만드는 

풍경을 보고 또 보고

그날까지는 좋은 언어로 세상을 채우자던

길고 긴 오늘 밤은 그들의 소굴이나

내일은 이길 거라는 

자기가 떠나면 그 자리에 

그 근처에 터를 잡고 살라는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고

신병(神病)이 난 듯, 난 

열에 들떠 하루를 꼬박 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