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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의 호수

검하객 2023. 10. 24. 13:12

나는 돌아간다

적막의 호수로

주문받은 이야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물건을 납품하고

연장들을 제자리에 가지런히 두고

먼지와 기름에 쩐 작업복을 벗고

은빛 갈대들이 춤추는 

작은 호수 나무의자로

자주 머물며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고

한 문장을 곱씹어 되풀이 읽고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다

되도록 곧게 밑줄을 긑고

가능한 정필로 평어를 단다

그 사이 어느새 바람은 자고

물고기들은 구름 속을 돌아다니고

가을로 물들 잎들은

체념을 묵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