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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이양(貴陽)에서 온 편지

검하객 2025. 2. 27. 15:28

 

대학원에 다니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1년 전에 귀국한 학생에게서 편지가 왔다.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그간의 정의에 감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말미에 시 한 수를 붙였다. 

세상의 인연이란 알 수 없는 것인데, 분명한 건 기억에 의해서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나는 인드라망의 한 구슬일 뿐이다. 

 

교수님께, 스승의 마음에 감사하며

寄教授謝師情

 

몇 해 전 꿈을 좇아 스승을 모셨는데        昔年逐夢侍師旁

학문 바다 아득하여 여운이 이어졌네      學海漫漫韻未央

처음 막 입학하여 향학열 뜨거울 제         初入黌門心向學

가르침 소리마다 부드럽고 따스했지       聲聲教誨暖柔腸

바닥에서 헤맬 때엔 손 잡아 주셨으니     低迷之際援纖手

하늘의 길잡이별 원양 배 인도하듯          恰似星芒引遠航

혹여나 교만할 땐 한마디로 깨우치니      驕矜之時言點醒

청풍이 긴 꿈을 깨우고 지나는 듯            仿若清風拂夢長

쑤저우 옛 도시를 함께 놀며 즐길 적에    蘇州研學共遊賞    23년 쑤저우 여행

작은 원림 민박집의 꽃향기 분분했네      花語民宿綻芬芳

옛 담장 검은 기와 웃음소리 비쳤으니     粉牆黛瓦映笑語

강남의 좋은 풍광 함께 몸을 씻었다오     同沐江南好時光

언제나 마음속엔 가파른 산 오르던 일     常憶與師攀峻嶺

묏빛은 푸르렀고 길은 하냥 길었는데      翠影蔥蘢路漫長    운길산 등반

정상에 올라보니 천지가 툭 틔었고          登頂暢懷天地闊 

산 내려와 나란히 이가네 들어갔지         下山同入李家坊    이가네 자연밥상

막걸리는 향그럽고 음식은 정갈하니       米酒香醇佳肴美

사제 간 대작하니 정의가 두터워라          師生對飲情誼彰

말과 몸 가르침에 영혼은 깨어났고         言傳身教靈犀悟

덕과 예 가득하여 아취가 높아졌네          德藝盈懷雅韻揚

스승의 큰 은혜를 금자로 간직하니          浩浩師恩藏錦字

세월이 흘러간들 차마 어찌 잊으리오      悠悠歲月未曾忘

이제 비록 배움 떠나 새 길을 찾지마는    今雖別學尋新徑

스승께 서광 비춤 손 모아 비옵니다          願祈先生煥瑞光

연구는 순탄하게 뜻대로 이루시고           研途順遂皆如意

제자들도 잘 길러서 세상을 빛내소서      育李培桃綻綺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