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 다니다가 건강이 안 좋아져 1년 전에 귀국한 학생에게서 편지가 왔다.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그간의 정의에 감사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말미에 시 한 수를 붙였다.
세상의 인연이란 알 수 없는 것인데, 분명한 건 기억에 의해서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나는 인드라망의 한 구슬일 뿐이다.
교수님께, 스승의 마음에 감사하며
寄教授・謝師情
몇 해 전 꿈을 좇아 스승을 모셨는데 昔年逐夢侍師旁
학문 바다 아득하여 여운이 이어졌네 學海漫漫韻未央
처음 막 입학하여 향학열 뜨거울 제 初入黌門心向學
가르침 소리마다 부드럽고 따스했지 聲聲教誨暖柔腸
바닥에서 헤맬 때엔 손 잡아 주셨으니 低迷之際援纖手
하늘의 길잡이별 원양 배 인도하듯 恰似星芒引遠航
혹여나 교만할 땐 한마디로 깨우치니 驕矜之時言點醒
청풍이 긴 꿈을 깨우고 지나는 듯 仿若清風拂夢長
쑤저우 옛 도시를 함께 놀며 즐길 적에 蘇州研學共遊賞 23년 쑤저우 여행
작은 원림 민박집의 꽃향기 분분했네 花語民宿綻芬芳
옛 담장 검은 기와 웃음소리 비쳤으니 粉牆黛瓦映笑語
강남의 좋은 풍광 함께 몸을 씻었다오 同沐江南好時光
언제나 마음속엔 가파른 산 오르던 일 常憶與師攀峻嶺
묏빛은 푸르렀고 길은 하냥 길었는데 翠影蔥蘢路漫長 운길산 등반
정상에 올라보니 천지가 툭 틔었고 登頂暢懷天地闊
산 내려와 나란히 이가네 들어갔지 下山同入李家坊 이가네 자연밥상
막걸리는 향그럽고 음식은 정갈하니 米酒香醇佳肴美
사제 간 대작하니 정의가 두터워라 師生對飲情誼彰
말과 몸 가르침에 영혼은 깨어났고 言傳身教靈犀悟
덕과 예 가득하여 아취가 높아졌네 德藝盈懷雅韻揚
스승의 큰 은혜를 금자로 간직하니 浩浩師恩藏錦字
세월이 흘러간들 차마 어찌 잊으리오 悠悠歲月未曾忘
이제 비록 배움 떠나 새 길을 찾지마는 今雖別學尋新徑
스승께 서광 비춤 손 모아 비옵니다 願祈先生煥瑞光
연구는 순탄하게 뜻대로 이루시고 研途順遂皆如意
제자들도 잘 길러서 세상을 빛내소서 育李培桃綻綺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