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봄에
봄시름 열병을 앓고
시간의 경계를 잃어
해 바뀜에 실감이 없는
연휴의 하루
카페에 앉아
돛배를 타고
외국어 노랫가락을 타고
길을 떠난다
강상풍월이 울려퍼지고
배는 이윽고
옹암천 독배포구에
닻을 내린다
나는 엄마를 따라
월림천 따라 난 길로
한 사내를 만나러 간다
그는 하필
날 보고 싶다고 했을까
나는 집안의 맏이인지라
울고 싶어도 울지 않았다
점점 더 작아지는 빙질마을을
이따금 돌아보면서
썰매 타는 아이들을
자꾸 자꾸 곁눈질하며
박쥐골을 지나고
버낙고개를 넘어
눈빛 깊은 사내와 마주 앉았다
전쟁은 아니 끝났고
그곳은 경찰서였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난 울지 않고 온 내가
꽤나 대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