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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풍월, 황선락 수필집 『나도 털렸다』를 읽고

검하객 2026. 2. 16. 13:12

 

때 아닌 봄에

봄시름 열병을 앓고

시간의 경계를 잃어

해 바뀜에 실감이 없는  

연휴의 하루 

카페에 앉아

돛배를 타고

외국어 노랫가락을 타고

길을 떠난다

강상풍월이 울려퍼지고

배는 이윽고

옹암천 독배포구에 

닻을 내린다

나는 엄마를 따라

월림천 따라 난 길로

한 사내를 만나러 간다

그는 하필 

날 보고 싶다고 했을까

나는 집안의 맏이인지라 

울고 싶어도 울지 않았다

점점 더 작아지는 빙질마을을

이따금 돌아보면서 

썰매 타는 아이들을 

자꾸 자꾸 곁눈질하며

박쥐골을 지나고

버낙고개를 넘어

눈빛 깊은 사내와 마주 앉았다

전쟁은 아니 끝났고

그곳은 경찰서였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난 울지 않고 온 내가

꽤나 대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