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는 포도주에 술잔은 야광배라 葡萄美酒夜光杯
비파가 울려퍼져 마시려다 말 오르네 欲飮琵琶馬上催
사막에 취해 자도 그대여 웃지 말게 醉臥沙場君莫笑
전장에서 돌아온 이 예부터 몇이던가 古來征戰幾人回
王翰(687~726). 凉州는 감숙성 북부의 武威. (蘭州 북쪽 300km 지점) 아름다운 술잔에 맛난 미주를 따라 맛을 보려는데, 비파소리 울려 퍼져 말에 오를 것을 재촉한다.
출전이다. 허나 화자는 술 본 김에 마셔버린다. 맛이 좋다. 한 잔 한 잔 다시 또 한 잔. 일단 마시자. 내가 이 술에 취해 사막에 누워 정신을 못차린다고 해서 나를 비웃지 마라. 어차피 전쟁에 나가봐야 살아돌아오기 어렵다. 이래 취해 사막에 누워있거나, 전쟁에 나갔다가 죽어 사막에 묻히거나, 무엇이 다를 것인가?
목숨을 걸고라도 흉노를 없애리라 誓掃匈奴不顧身
5천명 군사들을 사막에서 잃었도다 五千貂锦喪胡塵
불쌍하다 강가에 저 무수한 백골들도 可憐無定河邊骨
아내의 꿈속에선 아직 살아 있으리 猶是深閨夢裏人
陳陶(812~885). 隴西는 롱산 서쪽, 지금의 감숙성 일대. 군사들이야 무슨 대단한 걸 얻는다고 다짐까지 했을까? 그저 죽지 못해 따라 나섰던 게지. 흉노와의 전투에 나선 군사가 5000명이나 죽어 백골들이 강가에 뒹굴었다. 전사한 시신들이 백골이 될 때까지 전황 보고는 되지 않았고, 고향의 가족들은 오로지 한마음으로 아들 남편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백골들은 여전히 고향 가족의 꿈속에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다. 그 불일치와 거리가 무한한 슬픔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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