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사회가 행복하지 않다면, 맹목적인 성공 담론의 만연 또는 홍수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계층의, 모든 형식의 이야기의 핵심을 간추리면, "성공' 두 글자가 남는다. 대학을 가는 것도, 영어를 배우는 것도, 취직을 하는 것도 다 성공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 성공 담론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근시안적이며, 무비판적이어서, 수단과 방법과 전체적인 결과는 도외시한 채 "성공하면 장땡"이라는 명제로 이어진다. 책 제목도, TV 프로그램 주제도, 교수의 강의도, 정치가의 발언도 다 '성공 담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과저으로 우리 사회는 소수의 성공자와 다수의 실패자, 성공 담론의 과잉과 실제 성공의 결핍이라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권력 카르텔(정치인, 언론, 검찰, 재벌, 대형 종교, 교수 등)은 이 시스템을 옹호하고 강화하려고 한다. "경제를 살린다?" 이 말은 주술처럼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노력하면 성공한다!" 권력과 보수 언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는 구조의 모순은 은폐한 채,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을 신화처럼 내세운다. 먹기 살기 바쁜, 비판력을 상실한, 대부분은 우매한 군중들은 주술에 걸리고 신화에 현혹된다. 아래 빵집 주인, 내가 그리는 바람직한 삶에 근사하다. 그래서인가 표정이 좋다! 나는 영원히 이방인이자 부적응자일 수밖에 없다.
막연히 농부가 되기를 꿈꾸던 와타나베 이타루(44)는 서른이 넘어 유기농산물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원산지 허위표기나 뒷돈 거래에 꿈 많은 청년은 좌절했다. ‘작아도 진정한 자기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어렵사리 제빵기술을 배운 뒤 시골에 빵집을 냈다. 빵집 운영은 쉽지 않았다. 초국적 투기세력에 의한 원재료 값의 등락으로 악전고투하기도 했다. 학자인 아버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보지 그러냐?”고 권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는 시골빵집 주인의 <자본론> 공부록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다루마리’라는 빵집 주인인 와타나베 이타루가 한국을 찾았다. 1일 서울 종로의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 팔면 팔수록 지역 사회까지 보듬는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시골에 빵집을 낸 건 단순한 낭만적 발상 때문이 아니었다. 빵을 만들려면 밀, 호밀, 물 등의 재료가 있어야 한다. 와타나베는 이 모든 것을 지역에서 직접 조달하기로 했다. 지역 농부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을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했다. 지하수를 직접 길었고, 뒷산의 나무꾼들로부터 장작을 구입해 가스 대신 사용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제분기를 두려면 널찍한 공간이 필요했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은 시골밖에 없었다. 한동안 오카야마현에서 빵집을 운영하던 그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일본에서 인구가 가장 적다는 돗토리현으로 옮겨 개업했다. 와타나베는 “이런 방식은 지역 내 자원을 순환시키고, 농가를 보듬고, 환경에 부하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업원들에게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농부들에게도 비싼 값을 치른다. 당연히 자신의 몫이 줄어든다. 그건 인간의 욕망을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 와타나베는 “사고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왼쪽), 그의 아내이자 ‘다루마리’ 공동경영자 와타나베 마리코. 더숲 제공
“자본주의 사회에선 ‘언제 망할지 모르니까 돈을 쟁여두자’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악순환입니다. 가게를 계속하려면 신용이 중요합니다. 신용을 얻고, 돈을 배분하고, 우리 제품도 만드는 것이 선순환입니다. 이것이 이윤이 적더라도 10~20년 지속할 수 있는 안전한 방식입니다.”
와타나베는 “우리는 1000년간 이어온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며 “하다보니 1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무언가가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지난 세기부터 위력을 발휘한 대기업의 논리가 아니라, 훨씬 오래된 인간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다루마리의 빵에는 설탕, 우유, 달걀, 버터, 이스트가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천연효모뿐이다. 빵맛은 어떨까. 와타나베는 “그게 맛없다는 평이 많아서…”라며 웃었다. 동행한 일본판 출판사인 고단샤 관계자가 대신 답했다. “다루마리 빵은 ‘뺄셈의 빵’입니다. 훈련되지 않은 효모들이라 말을 잘 안 듣습니다(웃음). 하지만 몇 번 먹어보면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빵들은 많이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으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주부들이 애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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