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이번엔 내 발로 걸어 입원했다. 손목과 발목에 심어놓은 철심을 빼야 한다. 마음이 잘 먹어지지 않았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작년엔 설날을 병상에서 보냈는데, 올해도 비슷하다. 사전 검사를 받고, 환자복을 입고, 이윽고 올 것이 온다, 수액 주사. 바늘을 꽂는 순간 비로소 환자의 자격을 갖춘다. 한층 위에 올라갔더니 작년 나를 돌봐주던 간호사가 웃으며 인사한다. 2014년 11월 수술받고. 2015년 2월 다시 입원했을 때 놀라며 맞아주었던 간호사다. 이 또한 인연인가? 병실에 들어오고 보니, 작년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모두 잘 있으려나. 5인실인데 90 노인 한분, 80 노인이 한분이고, 나머지 둘도 50대 후반이다. 그중 한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56세, 순천 출신의 통풍 환자이다. 한보따리 우울증 약을 보여준다. 트라우마,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폐쇄공포증, 불면증, 자살시도, 정기적 입원 등의 단어, 가난한 집에서 늦둥이로 태어나 15살에 가출 상경, 버스 정비, 룸살롱, 모텔 운영 등의 사연들이 쉴새없이 튀어나온다. 2002년부터 광주에 와서 노동 일을 하는데 이 일이 세상없이 속편하단다. TV가 저 혼자 떠드는 소리가 병실 안에 웅웅거리는데 누구도 개의하지 않는 기색이다. 꺼버리면 딱 좋겠는데, 리모콘이 80 노인 손에 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