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 편지

금매와 圍城 (6.27)

검하객 2016. 7. 3. 21:29

어제 금매가 선물이라며, 책 한 권을 건네준다. 아니 이 녀석, 책은 선생이 학생에게 공부하라고 주는 거지, 학생이 선생에게 주는 법이 어디 있나? 괘씸하지만, 그렇다고 선물 받으며 시비를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중문으로 된, 錢鍾書(1910~1998)의 소설 <圍城>이다. 거기에 또 중문? 그야말로 괴로운 선물이다. 이걸 내가 무슨 수로, 어느 겨를에 읽는단 말이냐? 한국어 번역본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혼자 푸념을 하다가, 중국어 공부도 할 겸 금매 마음도 느끼기 위해 책을 펼쳤다. 전종서, 이름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관심을 두어본 적이 없었는데, 찾아보니 대단한 평가를 받는 학자였다. (난 요즘 이 대단한 학문, 대단한 학자, 대단한 저술,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공중에서 흩어진다. 그게 도대체 뭐람?) 인터넷에는 그의 생애와 박람강기의 학문에 관한 매우 유익한 글을 소개하고 있는 중국철학 연구자의 블로그가 있다. 자세한 정보는 이 블로그에 미룬다. (http://blog.naver.com/jeta99 / 入于幽谷) 나는 그저 시름없이 <重印前記>를 우리 말로 옮겨보았다. 중국어 실력이 짧으니 아무리 찾아보고 생각해봐도 의미가 석연하게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그럼 어떠랴, 나는 전문가도 아니거니!


 

圍城

錢鍾書(1910~1998), 重印前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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圍城은 상해에서 1947, 1948, 1949년 세 판을 찍은 뒤에 국내에서는 더 이상 인쇄하지 않았다. 우연히 신판을 보았는데 그건 홍콩에서 간행한 해적판이었다. 대만에서 찍은 해적판은 본 적이 없는데, 거기서는 금서라고 한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夏志清 교수가 영문 저서에서 이 책을 높게 평가한 덕분에, 서양에서 약간의 번역본이 나왔다. 일본 교토대학의 荒井健 굣가 오래 전에 이 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근년에 들어 간행물에 연속해서 역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인민문학출판사에서 중판을 간행하여 원저를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니, 나로서는 뜻밖에도 매우 다행스럽다.

围城一九四七年在上海初版一九四八年再版一九四九年三版以后国内没有重印过偶然碰见它的新版那都是香港的盗印没有看到台湾的盗印据说在那里它是禁书美国哥伦比亚大学夏志清教授的英文著作里对它作了过高的评价导致了一些西方语言的译本日本京都大学荒井健教授很久以前就通知我他要翻译近年来也陆续在刊物上发表了译文现在人民文学出版社建议重新排印以便原著在国内较易找着我感到意外和忻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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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성을 다 써놓고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보면 더욱 만족스럽지 않은 한 권의 문학비평을 출간한 뒤에 나는 짬을 내어 장편소설을 썼고 제목을 百合心이라고 하였으니, 프랑스어 속담 Le coeur dartichaut의 의미를 살려본 것이다. 주인공은 한 여성 인물이다. 1949년 여름 우리 가족은 상해에서 북경으로 이사했는데,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어지러운 원고를 읽어보고는 아무데나 던져두었다. 흥미가 모두 식어 한동안 다시 만들 생각이 나지 않았더니, 오히려 그때부터 마음과 일이 가뿐해졌다.

我写完围城》,就对它不很满意出版了我现在更不满意的一本文学批评以后我抽空又写了长篇小说命名百合心》,也脱胎于法文成语Le coeur dartichaut),中心人物是一个女角大约已写成了两万字一九四九年夏天全家从上海迁居北京手忙脚乱中我把一迭看来像乱纸的草稿扔到不知哪里去了兴致大扫一直没有再鼓起来倒也从此省心省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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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지나는 사이 창작의 충동은 줄어들었고, 창작 능력 또한 차츰 없어졌다. 두 가지는 본디 하나의 일인데, 나는 나의 창작 충동을 창작 재능으로 오해해서, 쓰기만 하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행운의 여신은 젊은이에게로 향한다고 하는데, 문예의 신 또한 나이 먹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하찮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더 믿은 말한 사례들이 있다. 나는 천천히 나를 돌아보면 욕심을 거두었고, 다시는 소설을 쓴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年复一年创作的冲动随年衰减创作的能力逐渐消失——也许两者根本上是一回事我们常把自己的写作冲动误认为自己的写作才能自以为要写就意味着会写相传幸运女神偏向着年轻小伙子料想文艺女神也不会喜欢老头儿的不用说有些例外而有例外正因为有公例我慢慢地从省心进而收心不作再写小说的打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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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년도 넘은 일이라, 당시 구상했던 인물과 구성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기억을 되살린다 해도 생각처럼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문한 차림판과 차려진 식탁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라도 음식 솜씨가 뛰어난 요리사와 크게 한턱 낸 부유한 주인을 겸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설근의 유지를 받들어 홍루몽40회의 얼개를 짠 학자들 모두 한 사람의 고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것은 완고한 신념뿐이었다. 그때 百合心을 썼다면 圍城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세월만 보낸 사람에게는 근거 없는 신념만이 남아있었을 뿐이다. 우리들은 아직 따지 않은 포도를 보고, 그것이 실 것이라 상상할 뿐 아니라 매우 달지 않을까 라고도 상상한다.

事隔三十余年我也记不清楚当时腹稿里的人物和情节就是追忆清楚了也还算不得数因为开得出菜单并不等于摆得成酒席要不然谁都可以马上称为善做菜的名厨师又兼大请客的阔东道主了秉承曹雪芹遗志而拟定后四十回提纲的学者们也就可以凑得成抵得上一个或半个高鹗了剩下来的只是一个顽固的信念假如百合心写得成它会比围城好一点事情没有做成的人老有这类根据不充分的信念我们对采摘不到的葡萄不但想象它酸也很可能想象它是分外地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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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을 찍을 때 교정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자와 표점의 실수가 적지 않았다. 이는 나도 모르게 번역자를 고민에 빠뜨리고 괴롭힌 결과가 되었다. 이번에 중판의 기회를 얻어 한차례 교열을 하면서 차분하게 약간의 자구를 고칠 수 있었다. 서문의 일부는 삭제했다. 그 부분은 원래 郑西谛 선생이 권해 첨가했던 것이다. 지난 해 미국 출판사의 Jeanne Kelly 여사와 Nathan K. Mao 선생의 영역본에도 그 부분은 벌써 빼버렸다.

这部书初版时的校读很草率留下不少字句和标点的脱误就无意中为翻译者安置了拦路石和陷阱我乘重印的机会校看一遍也顺手有节制地修正了一些字句。《里删去一节这一节原是郑西谛先生要我添进去的在去年美国出版的珍妮·凯利Jeanne Kelly女士和茅国权Nathan K. Mao先生的英译本里那一节已省去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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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一九八年二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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碰見(pèngjiàn),

据说(jùshuō)

抽空(chōukòng), 틈을 내다

也许(yěxǔ) 아마도

不用说(búyòngshuō) 말할 나위 없이

腹稿(fùgǎo), 복안 구상

情节(qíngjié), 내용 줄거리

就是 - 也还, ~ 할지라도 ~ 할 것이다

要不(),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秉承(bǐngchéng), 계승하다 받들다

拟定(nǐdìng), 추측하여 단정하다, 초안을 잡다, 기초하다

(còu), 한곳에 모으다 부닥치다 접근하다 농담하다 마작하다

抵得上(dǐdeshang), () 필적(匹敵)하다 ()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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