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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검하객 2018. 10. 11. 10:45

불가저항의 거대한 힘 앞에서의 무력감이 내면에 쌓여 엉겨붙은 상태를 말한다. 집 주변에 새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산의 나무들을 베는 소리가 종일 요란하다. 주변에서 뛰어놀던 고라니들과 너구리는 진작 숲을 떠났다. 이 무지막지한 습격 앞에서 나는 무력하다. 산책 나서기가 두렵다. 버려진 각종 쓰레기들 - 각종 플라스틱 용기들, 비닐, 담배꽁초 - 을 보는 것이 괴롭다. 유행처럼 들고 다니는 1회용 커피잔과 빨대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 내 꿈은 소박하다, 깨끗한 거리를 걷는 것! 오랜만의 부서회의에서 나온 말들도 나를 무력하게 한다. 독립심과 진취성, 자부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익과 외부평가, 그리고 강대국의 동향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회사, 그리고 거기에 순치되어 저항성을 상실한, 작은 의미와 가치 창출을 포기한 사람들. 나가도 갈 데가 없고, 들어오면 방향이 없다.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