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사람들이 평소 먹는 아무 음식이나 올릴 수 없으니, 무언가 특별한 걸 마련해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해낸 건 먼저 향과 술이고, 춤과 노래이다. 그(것)에 대한 특별한 나의 마음을 진부하고 상투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향과 술을 준비하듯 특별한 언어를 준비한다. 시란 그런 것이다. 25일 저녁, 순의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이 약간의 흥분으로 술렁거렸다. 저녁의 흥취가 다 스러지지 않은 탓이다. 마이크를 잡았다. "山中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君且去, 明朝有意抱琴來." 나는 취해 자려하니 그대도 돌아가게,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게! "마치 1400년 전에 이백이 이날 이 자리를 위해 미리 마련해둔 시와 같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후밀과 한타, 지워진 체코어 (0) | 2018.11.04 |
---|---|
벗의 죽음, 김용(1924~2018) (0) | 2018.10.31 |
풍경 6, 작별 인사 (0) | 2018.10.31 |
풍경 5, 리프트 위의 밀담 (0) | 2018.10.31 |
풍경 4, 열하 가는 버스 안의 <사철가>와 <육자배기> (0) | 2018.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