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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의 죽음, 鳴鳳과 曲非烟

검하객 2019. 1. 13. 15:30

심장의 호수에 파문이 일다

 

鳴鳳이 죽었다. 지난해 어느 날 밤인가 잠들기 직전 26회를 읽었다. 26회의 마지막 부분은 노인 집에 첩으로 팔려가게 된 명봉이 투신자살하는 장면이다. 명봉을 워낙 좋아했던 때문인지, 그녀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죽음을 부정했던 때문인지, 아님 몽롱한 상태에서 읽어 기억이 흐릿한 때문인지, 명봉은 죽지 않았다. 오늘 28회를 읽다보니 그녀는 이미 죽은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다시 26회 돌아가보니, 과연 명봉은 죽었다. 이런 !

28일 명봉은 太太 周씨에게 불려가, 다음 달 초하루 馮老太爺의 첩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做小] 주씨의 말들은 낱낱이 바늘이 되어 명봉의 몸을 찔렀다. 명봉은 주씨에게 매달려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30일이 되었다. 명봉은 힘들게 셋째 도련님 覺慧를 찾아갔으나, 그는 명봉의 입을 막으며 이틀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면 자신은 이미 풍노인의 첩실이 되어있을 터였다.

명봉은 깊은 밤 후원으로 갔다. 지난 17년 동안의 인생 중, 그의 기억에 남는 것은 매 맞은 일[打罵], 눈물 흘린 일, 남을 모신[服侍] 일이 다였고, 그밖에 하나 있다면 지금 그가 목숨을 바쳐 사랑한 일이다. 온갖 상념에 젖어있던 명봉은 천천히 일어나 부드럽고 서글픈 목소리로 셋째 도련님, 覺慧”(三少爺, 覺慧)를 두세 번 부르면서 호수 속으로 들어갔다. 수면이 크게 일렁이더니 이윽고 다시 잠잠해졌다. 26회는 아래 문장으로 끝난다.

 

"공기 속에 슬프게 부르는 여음이 그득 스며들었다. 화원의 모든 것들이 소리 죽여 흐느끼는 듯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기에 명봉의 죽음도 모르고 지나갔단 말인가! 내 삶이 이렇게 진짜 소중한 것들은 버려두고 엉뚱한 것만 쫓아다닌 게 아닌가 싶다.

 

 

有才無情한 사람 김용

 

김용은 재주가 넘치나 정은 조금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曲非烟을 그토록 발랄한 모습으로 빚어내고, 또 그처럼 빠르게 그 목숨을 거둬갈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이야기 속이라지만 그 발랄하고 가여운 소녀의 삶이 그리 짧을 수 있단 말인가! 나쁜 사람이다! 曲非烟4坐鬪후반부에 등장하여 7授譜에서 죽는다. (김용전집 139~ 234) 13,4세에 비취색 저고리를 입고 있으며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미목이 청수하여 사랑스러웠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었다. 回雁樓에서 영호충, 전백광, 의림 등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할아버지와 함께 목격했으며, 영호충의 목숨을 구해준다. 의림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언니처럼 따랐으며, 짧은 시간에 깊이 교감한다. (152) 영호충을 바보라고 부르면서 의림의 마음을 말해주는 순간, 할아버지 曲洋이 보는 앞에서 숭산파 費彬의 칼에 찔려 죽는다. 소녀(원문으로는 綠衫女童)의 등장이 얼마나 좋았는데 김용, 잔혹한 사람 아닌가!